방랑자의 여행기

왜 방랑자가 된걸까?

리조이 2024. 5. 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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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신나게 놀았던 장면들이 여러가지 있어요.

대부분은 시골, 우리 동네를 뛰어다니며 동네 친구들, 동생들을 다 불러모아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들로 닭장으로 돼지 농장으로 

정신없이 쏘아다니는 그런 시골 아이의 모습인데요.

각자 집에 키우는 강아지들을 한마리씩 데리고 모여서

한 손엔 막대기, 한 손엔 주전자를 들고 쥐구멍을 찾아 다녔어요.

동그랗게 작은 구멍을 둘러싸고 물을 부으면

더이상 숨을 수 없어 가족을 이끌고 대장 쥐가 튀어 올라오죠.

그러면 누구집 개가 먼저 쥐를 잡는지 시합을 하는 놀이를 했어요.

어느날은 사료더미를 뒤져서 새끼 쥐를 발견하면

계란판을 들고와서 그곳에 한마리씩 올려놓고 

눈도 못뜬 새빨간 그 작은 생명체들을 구경하곤 했어요.

늦둥이 딸의 손을 잡고 아빠는 산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냇가에 투망을 치고 물고기를 잡고 다슬기를 잡으러 다녀줬어요.

때로는 닭을 팔러 멀리 멀리 다니곤 했는데,

포터에 함께 타서 신토불이 노래를 들으며 멋진 경치를 보는게 좋았어요.

 

 

아마 시골의 거침없는 환경과

자연을 품고 살았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매일 커다란 티비 화면으로 네셔널지오그래픽을 보면서

또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면서 

집에서도 세계여행을 다 할 수 있잖아. 라며 

방구석 여행을 즐기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 전.

 

처음 인도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저의 세상이 조금 넓어졌어요.

아니 조금이 아니죠. 인도를 다녀온 거리만큼의 세상이 넓어졌어요.

그렇게 싸이고 쌓이니 이제는 누군가가 보기에 제가 떠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방랑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저의 어린시절의 추억들은 

인도에서 바퀴벌레나 쥐를 눈 앞에서 마주쳐도 기겁하거나 놀라 울지 않을 수 있는 힘을,

탄자니아 가정집에서 대접해준 음식을 보고 눈을 질끈감지 않는 예의를,

마사이족의 집에서 잘 때에도 두렵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처음 경험하는 깊은 물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는 깊은 마음을,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에 깊이 감사하는 겸손한 마음을 지키게 해주었어요.

 

해외에서 살기를 꿈꾸었지만 두번이나 좌절되었어요.

한 번은 누군가의 방해로, 한 번은 코로나로 인해서.

한국이 아닌 어딘가에서 그 나라의 일원으로 사는 것은

아마 제가 이제껏 경험해본 어떠함보다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여전히 그런 이상한 힘듦을 겪어보고 싶다는 상상 속에 행복합니다.

가장 저를 잘 아는 친한 친구들은 현실감각 없는 저의 이런 말에 여전히 응원을 해줍니다.

 

인터넷에 가고 싶은 여행지를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정보들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저 그런 여행 블로그를 쓰고 싶진 않아요.

제 블로그를 찾아 오신 분들이라면

그곳을 가장 잘 누릴 수 있는 정보를 얻어가시면 좋겠어요.

가끔 쓸데없는 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올테지만요.

다음달엔 필리핀으로 또 방랑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은 너무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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