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의 여행기

2014년 인도 델리는 내게

리조이 2024. 6. 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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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이었던 2014년의 저는 

뜨거운 여름 어김없이 인도로 향했어요.

40명이나 되는 단체로 떠난 이 여행에선

여러번 인도를 다녀와봤다는 죄목(?)으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그런 무게를 짊어지게 되었었어요.

착하고 웃기다는 이유로

팀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몽땅 저의 조로 몰아넣은 나쁜 담당자도 기억이 나네요.

 

 

이때에도 봉사가 목적이어서 

슬럼가의 작은 학교들을 찾아 다니며 시간을 보냈어요.

특별히 이 때엔 의사선생님들이 많이 가서

힘을 보탤 일이 많았었는데요.

폴리스라인이라는 지역에서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만났어요.

그 아이가 혼자 막 넘어지고 힘들어 해도

어른들이 안도와주고 놀리고 지켜만 보더라고요.

제가 도와주고 싶어서 다가서려고 했는데

더러운 옷, 초점이 없는 그 아이를 지켜보다

그냥 지나쳐 버렸어요. 두고두고 많이 후회되더라고요.

스스로가 너무 역겹다고 해야 할까요?

무엇을 위해 인도를 갔는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단 생각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인도 봉사 가는 사람이야,

인도 여행 가는 사람이야 이런걸 그냥 자랑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어요.

백몇십만원을 내고 내가 인도에와서 봉사를 하는데

그걸 받는 이 사람들은 고마워해야지, 나를 좋아해야지.

하는 더럽고 추잡하고 이기적인 마음에 대해 돌아보았어요.

 

기독교에서는 가난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해요.

가난한 마음이 있는 자는 복이 있다고요.

그 가난한 마음은 단순히 물질이나 먹고 사는것에 대한 가난함이 아니에요.

어린아이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그 가난한 마음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폴리스라인에서 만난 그 친구를 통해 저는 가난한 마음을 배웠어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내가 하는 행위와 어떠함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것과

이 모든 것을 인정할 줄 아는 마음.

제겐 평생,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사건이었어요.

 

타지마할은 제가 신혼여행으로 꼭 가고 싶은 곳이에요.

3년간 매번 타지마할을 방문했었는데요.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늘 말했지만 전 항상 갔었어요.

너무나 더운 타지마할, 너무나 뜨거운 아그라성.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그토록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나 또한 그렇게 살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보름달이 뜨는 날 밤 이 곳 타지마할에 와서

이 사랑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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